무배수 현장에서 라면 잔여물을 변기·하수구에 버리면 냄새와 시각적 오염이 누적된다. 총무과장이 마이펌프 사례를 찾아 50m 배관 시공으로 ‘휴게실 배수 시스템’을 구축했다.
배수구 없는 휴게실 라면조리기 13대 설치, 50m 배수 해결 성공사례 | 마이펌프
야간 근로자들 얼굴을 보면, 겨울이 먼저 보인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보다 먼저 들리는 건 몸이 지친 숨이다. 나는 총무과장이다.
내 일이란 게 원래 그렇다. 크게는 예산, 작게는 휴게실 의자 하나… 결국 사람의 하루를 만지는 일이다.
대표님이 말했다.
“야간조, 따뜻한 간식 좀 챙겨주고 싶어요. 대기 줄도 줄여주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머릿속으로 공간 배치를 떠올렸다.
그리고 며칠 뒤, 휴게실 한쪽 벽이 바뀌었다.
즉석 라면 조리기 13대.
솔직히 말하면… 그 줄 맞춘 모습에 나도 잠깐 뿌듯했다.
“그래, 이 정도면 야간조도 좀 숨 돌리겠지.”
하지만 뿌듯함은 늘 ‘현장’에서 끝난다.
첫날 밤. 야간조가 몰리는 시간대에 휴게실을 들렀는데, 라면 향이 아니라… 사람들의 망설임이 먼저 느껴졌다.
“과장님… 국물은 어디다 버려요?”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딱 멈췄다.
아차. 급수만 생각했고 배수는 놓쳤다.
급수는 쉽다.
18리터 생수통 정수기를 하루 한 번 갈면 된다.
그런데 배수는… 사람이 먹는 횟수만큼 생긴다.
배수구가 없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로 간다?
멀리 가기 귀찮으면 결국 변기, 혹은 눈에 띄는 하수구로 간다.
그게 “사람의 본능”이다.
나는 사람을 탓할 마음이 없다. 동선이 사람을 만든다.
며칠만 지나도 그림이 그려졌다.
휴게실이 ‘배려의 공간’이 아니라
냄새와 잔여물 민원이 생기는 ‘문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대표님 마음은 따뜻했다.
그 마음이 “라면 13대”라는 형태로 이미 구현됐다.
그런데 내가 총무과장으로서 해결하지 못하면, 그 배려는 곧 “왜 설치했냐”는 말로 바뀔 수 있다.
나는 그게 제일 싫다.
그날 밤, 퇴근을 못 했다.
검색창에 적었다.
“무배수 현장 배수 해결”, “휴게실 싱크 설치 배수”, “라면 조리기 배수”…
키워드가 점점 길어졌다.
내 고민이 길어진 것처럼.
그러다 한 사례를 발견했다.
‘마이펌프’.
배수구가 없는 공간에서도 멀리 있는 배수 라인으로 보내 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멀리? 얼마나 멀리인데?”
현장에선 ‘가능하다’보다 중요한 게 있다.
“유지관리 되나?”
“냄새 안 나나?”
“막히면 누가 책임지나?”
나는 휴게실에서 화장실까지 직접 걸었다.
장소를 잰다는 건, 사실 “책임의 거리”를 재는 거다.
걸음 수를 세다가 줄자로 바꿨다.
약 50미터.
50미터.
이건 애매한 거리다.
짧지 않고,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길지도 않다.
그래서 사람을 설득하려면 “감”이 아니라 논리가 필요하다.
나는 마이펌프에 연락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차분했다.
“가능합니다.
다만 사용량과 배관 루트를 보고, 손실과 구배를 확인해야 합니다.”
“손실… 구배…”
나는 그 단어가 좋았다.
이 단어들이 나오면, 적어도 ‘대충 연결해서 끝’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다음 날, 현장 방문이 잡혔다.
배관 전문가가 들어오자마자 바닥과 천장을 훑는 모습이… 마치 의사가 환자의 맥을 잡는 것 같았다.
“여기 배수구가 없네요.”
그 말은 내 귀엔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네요”처럼 들렸다.
그들은 먼저 라면 조리기 13대를 보면서 물었다.
“피크 타임이 언제죠? 동시에 몇 대 정도 쓰나요?”
나는 야간조 패턴을 설명했다.
교대 직후 10~20분이 가장 몰린다.
그때가 문제다.
전문가는 말했다.
“동시 13대 풀가동을 가정하면 과설계가 됩니다.
그 대신 동시계수를 반영하고, 그래도 막힘과 냄새가 없도록 구조를 잡죠.”
리고 가장 중요한 한 마디.
“면발 같은 고형물은 펌프로 보내면 안 됩니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이 나오지 않으면, 나는 계약을 못 한다.
그날 설계는 “배관”이 아니라 “습관”을 설계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편하게 버릴 수 있어야,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휴게실에 스테인리스 함체 + 싱크볼을 넣기로 했다.
“싱크를 넣으면 손도 씻고, 세척도 되고, 위생이 잡힙니다.”
거기에 대형 스트레이너(거름망)를 넣어 잔여물을 1차로 잡는다.
내가 원한 건 그거였다.
“사람이 귀찮지 않게, 그런데도 깨끗하게.”
이제 50미터를 어떻게 보내느냐.
전문가는 천장 라인을 짚으며 말했다.
“중간에 처짐이 생기면 물이 고입니다.
물이 고이면 냄새, 침전, 겨울엔 동파 위험이 생겨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현장을 아는 사람은 늘 같은 곳을 먼저 걱정한다.
배관은 가능한 한 연속 구배를 확보했다.
“펌프가 밀어주더라도, 멈춘 뒤 잔수는 중력으로 빠져야 합니다.”
그 말이 참… 멋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중력”이 고마웠다.
겨울 대책도 철저했다.
외기 접촉 구간은 단열을 두 겹으로 감고, 결로 우려 구간은 마감까지 꼼꼼히 했다.
“겨울에 문제 나면, 그때는 라면이 아니라 민원이 끓습니다.”
나는 웃었지만, 웃음의 절반은 공포였다.
시공은 놀랍게도 하루 만에 끝났다.
하루 만에 끝났다는 건 급하게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순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하는 속도였다.
마지막은 시험 운전.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일정했고, 역류도 없고, 냄새도 없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게 진짜 배려의 완성이다.”
다음날 밤, 야간조가 라면을 끓였다.
이번엔 질문이 달라졌다.
“과장님… 여기서 손도 씻어도 돼요?”
싱크볼 앞에서 누군가 손을 씻는 걸 보는데, 괜히 마음이 풀렸다.
라면 줄은 줄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표정도 덜 거칠었다.
라면이 사람을 바꾼 게 아니라,
불편이 사라진 것이 사람을 바꿨다.
대표님이 내게 말했다.
“총무과장님 덕분에, 진짜 ‘배려’가 완성됐네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사실 내 덕만은 아니다.
나는 그냥… 인터넷에서 희망을 하나 건져 올린 사람일 뿐이다.
그날 퇴근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50미터는 멀었다.
하지만 그 50미터는 배관 거리만이 아니라,
“야간 근로자들이 들고 걸어야 했던 국물의 거리”였다.
이제 그 거리는 사라졌다.
따뜻한 라면은 휴게실에서 끝까지 따뜻했고,
배수는 조용히, 멀리, 정확히 흘러갔다.
총무과장이란 직업은 가끔 이런 날이 있다.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데,
사람들이 덜 불편해지고, 덜 짜증내고, 덜 힘들어한다.
나는 그게 좋다.
그리고 오늘도 검색창을 연다.
누군가의 불편이 또 어디선가 시작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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